보답받지 못한 사랑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루카 복음서 14장 14절
그날은 이 말씀을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이내 눈물이 눈가에 고여왔다. 조용하고도 다정하게 나를 타이르시는 말씀이 거기 그렇게 새겨져 있었다.
상처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달래려 읽었던 수많은 심리학 책은 입을 모아 외쳤다.
“혼자 마음대로 잘해준 후 상처받지 마세요.”
“받은 만큼만 해주세요.”
“나를 먼저 챙겨야 해요.”
“보답할 줄 모르는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아요.”
나는 격하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다.
최소한 그 말대로만 한다면 더는 다치거나 아플 일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미 생긴 수많은 감정적 생채기, 정확히는 타인의 언행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그 모두가 ‘보답받지 못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생각과 그에 연결된 원망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까 봐 두렵다.
그래서 천국 문 앞에 섰을 때 지금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까 봐...
그들이 나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고?
앞뒤가 따로 노는듯하면서도 묘하게 연결된 말씀이다.
“모순이잖아요!” 하면서 바락바락 대들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토닥이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있잖니, 그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함 때문에 보답’할 수 없는’ 이들이었단다.
그래도 너는 나를 닮으려고 애쓰며 주었던 그 사랑 덕분에,
지금 네 곁에 있는 나와 함께 행복할 거란다.”
나는 가만히 듣고 있다.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가 또 들려온다.
“지금 행복하지 않니…?”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른다.
종종 내 입에서 나왔던 말이 기억난다.
“걔는 나한테 받기만 해! 필요할 때만 연락해!”라며 누군가를 비난하던 친구애게 뭐라고 말했던가.
“그만큼 걔는 남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거잖아. 너는 걔보다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더 많이 가졌다는 증거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마음보다 내가 더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 같아…” 하고 불안해하던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거, 멋진 일 아닐까?”
그 모든 말이 그저 입바른 소리에 불과하진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튼 나는 기울어지고 퍼주는 사랑을 했었고, 보답은커녕 폭력으로 되돌려 받았고, 그때 받은 정신적 신체적 후유증으로 여전히 시달린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런 경험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던 것인지.
그저 나는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 바보 멍텅구리인 데다 혼자 구원자 콤플렉스에 빠져서 난리 쳤을뿐 아닌지.
하느님께서도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고, 결국 ‘자신도 이웃만큼 사랑해야 한다'라고 하신 거였는데 말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나를 향해 그렇게 위안과 치유가 되었던 한 줄의 말씀이었다.
이렇게 조금씩 텁텁한 마음의 어둠에 빛이 들어온다.
언젠가는 모두 환해지고, 그 안에서 나는 진실을 찾게 되겠지.
오로지 내가 확실히 아는 한 가지는 이렇다.
하느님께선 내게 보답을 바라지 않으신다는 사실.